"인수창업 사례는 왜 다 옛날 이야기인가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인수창업-서치펀드는 '과거'의 성공 사례가 아닌, 이미 전세계에서 실행되고 있는 '창업' 전략입니다.
CapitalEDGE Acquired — 기업을 인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치펀드, 인수창업, 마이크로PE, 많이 들어는 봤는데 한국에서도 과연 가능할까요? CapitalEDGE Acquired와 함께 그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CapitalEDGE입니다.
"인수창업 사례는 왜 다 옛날 이야기인가요?"
지난 세 편의 Acquired 시리즈를 읽은 독자분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쿠날의 위크데일, 마이크의 서비스소스, 저스틴의 에버모어, 모두 인상적인 사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실제로 서치펀드 인수가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2%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인수창업-서치펀드의 가장 최근 사례들을 가져와 봤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전 세계 각지에서 발표된 실제 인수 사례. 호주, 프랑스, 일본, 칠레 등 대륙을 가리지 않습니다.
과연 어느 지역에서, 어떤 기업이, 어떤 기업가치로, 그리고 어떤 전략에 기반하여 서치펀드에 인수되고 있는지 그 사례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호주: 25년 된 소프트웨어 기업, 서치펀드에 인수되다
잭슨 앨런(Jackson Allan)은 2024년 말 터치스톤 포인트(Touchstone Point)라는 서치펀드를 설립하고, 호주 중소기업 인수를 목표로 서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불과 몇 주 전, 시드니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업 패스마크 소프트웨어(PassMark Software)를 인수하며 서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패스마크는 1998년 설립된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벤치마킹 및 진단 도구 전문 기업입니다. PerformanceTest, BurnInTest, MemTest86 등 IT 전문가라면 한 번쯤 써봤을 도구들을 만드는 곳이죠. 고객 목록에는 미국 사법 기관, 애플, 델, 인텔, AMD 같은 OEM, 주요 RAM 제조사와 칩 설계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원 14명, 호주와 미국에 걸쳐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0% 성장, 연매출 약 $3M (약 44억 원)에 상당히 높은 EBITDA 마진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잭슨은 패스마크의 기술적 역량은 이미 검증되어 있지만, 세일즈와 마케팅 측면에서 아직 발굴되지 않은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디지털 포렌식, USB 폼팩터 디바이스, 컴퓨터 부품 시장 모두 높은 한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영역이죠. 창업자 데이비드 렌(David Wren)은 지분을 일부 유지하며 첫 해 동안 기술 리더십 전환을 지원합니다.
본 거래에는 총 13 곳의 서치펀드 전문 투자자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 금융은 호주 국립은행(National Australia Bank)이 맡았습니다.
직원 14명, 연매출 $3M의 니치 소프트웨어 기업. 규모만 보면 작지만, 25년간 쌓은 브랜드 신뢰, 글로벌 OEM 고객 기반, 그리고 높은 마진 구조가 서치펀드 인수 대상으로서의 매력을 만들어냅니다. “작지만 깊은 해자를 가진 기업”의 전형적 사례입니다.
프랑스: 정밀가공 제조 기업 바이 & 빌드 전략
패트릭 훌센(Patrick Hulsen)과 조나 보셸(Jonah Vauchel). 두 사람은 거의 10년간 다양한 사업과 프로젝트를 함께 해온 파트너입니다. 패트릭은 헬스케어 IT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연쇄 창업가, 조나는 기계공학 배경의 엔지니어 출신 기업가이죠.
두 사람은 자체 자금을 기반으로 인수 기업 탐색 과정을 수행하는 Self-Funded 모델을 택하고 2024년 말 아베니르(Aveniir)를 설립합니다. 그리고 1년 남짓한 인수 대상 물색 과정을 거쳐 첫 인수 대상으로 ADR Usinage를 낙점합니다.
ADR Usinage는 3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프랑스 소재 정밀 알루미늄 가공 및 표면처리 전문 기업입니다. 밀링, 선삭, 탭핑, 정밀가공은 물론 아노다이징, 코팅, 폴리싱 같은 특수 표면처리까지 수행하죠. 전자, 자동차, 유압, 의료기기 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특히 방위·항공 분야에서 강한 트랙레코드와 레퍼런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총 직원 14명, 2025년 매출 €2.6M (약 38억 원), EBITDA €750k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수 가격은 EBITDA의 약 3배. 자기자본 약 20%, 부채 약 80%로 인수 구조를 설계하였으며, 프랑스 공공투자은행 Bpifrance, 그리고 소시에테 제네럴(Société Générale)이 인수 금융을 제공하였습니다.
이 딜의 핵심은 단발성 인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패트릭과 조나는 ADR Usinage를 프랑스 정밀기계 산업 통합(buy-and-build)의 첫 단추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두 번째 인수를 진행 중이며, 향후 5년간 약 12개 기업을 인수하여 프랑스 정밀기계 분야의 선도적 산업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입니다. 3편에서 다뤘던 Long Term Hold의 수직 통합형 모델이 실제로 작동하는 모습입니다.
일본: 50년 된 전자부품 기업, 서치펀드를 통해 세대교체에 성공하다
도쿄 하쿠바 나이트 펀드(TOKYO Hakuba Knight Fund)를 운영하는 내셔널 서치 펀드(NSF)가 서처 나카가와 아쓰지(中川 厚司)의 소에이 전기(創栄電子) 인수를 지원했습니다. NSF의 운영 펀드를 통한 두 번째 투자로, 지난해 토미나가 전기와 후쿠나가 전기를 인수한 데 이어 세 번째 포트폴리오 기업이 됩니다.
소에이 전기는 1974년 설립 이후 전자부품을 제조·판매해온 기업입니다. 정보통신, 전력설비, 의료기기 등 일본의 사회 인프라를 뒷받침하는 산업들에 핵심 부품을 공급해왔죠. 도쿄 시나가와구에 본사를 두고, 후쿠오카현에 두 개의 제조 거점을 운영합니다.
나카가와의 경영 전략은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도쿄와 후쿠오카 간 제조 협업 강화, 의료기기 및 사회 인프라 분야로의 매출 확대, 그리고 세대를 잇는 인재 전략 — 젊은 중견 인력 채용과 혁신을 장려하는 조직 문화 구축을 내세우며 하나의 기업이 아닌, 연관된 기업을 볼트온 방식으로 인수해가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서치펀드 생태계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NSF의 도쿄 하쿠바 나이트 펀드가 하나의 펀드에서 세 건의 인수를 성사시켰다는 건, 일본에서도 서치펀드 모델이 반복 가능한 구조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일본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 문제는 한국과도 유사한 구조적 배경이기도 합니다.
칠레: 라스트마일 물류 기업, 서치펀드로 스케일업하다
세바스티안 피셔(Sebastián Fischer)가 2023년에 설립한 코르니사 캐피탈(Cornisa Capital)은 총 21명의 투자자가 참여한 서치펀드입니다. Ashford Venture, 9T Capital, AIJ Holdings, Ambit Partners 등 서치펀드 전문 투자사와 패밀리 오피스가 함께했죠.
코르니사 캐피탈이 올해 4월 인수에 성공한 회사는 바로 발디쇼퍼(Valdishopper). 2020년 발디비아에서 설립된 칠레의 라스트마일 물류 기업입니다.
발디쇼퍼는 아리카에서 푼타아레나스까지, 칠레 전역에서 기업과 고객을 연결하는 배송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퍼스트마일, 미들마일, 크로스도킹, 피킹, 당일 배송, 최종 배송까지 풀서비스를 운영하며, 경로 최적화와 실시간 추적 기술을 갖추고 있죠. 3,000대 이상의 차량 네트워크, 연간 수백만 건의 배송을 처리합니다. 월마트 칠레, 메르카도 리브레, 라탐항공, 팔라벨라, 코카콜라 등이 주요 고객입니다. 2024년 기준 연매출 약 $20M(약 290억 원), EBITDA 마진 약 10%.
기업 가치는 $10 - 20M(약 145~290억 원) 범위로 추정되며, M&A 전문 투자사 N1 Capital이 인수에 공동 참여했습니다.
지금까지 다뤘던 서치펀드 인수 대상이 주로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술 기업이었다면, 발디쇼퍼는 차량 3,000대, 대규모 배송 인력, 이커머스 대기업 고객을 보유한 서비스 기반 물류 기업입니다.
발디쇼퍼 인수는 서치펀드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머징 마켓에서는 로컬 환경에 특화된 기업들 또한 서치펀드의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나타내는 사례입니다.
네 건의 딜이 말해주는 것
호주의 25년 된 니치 소프트웨어 기업, 프랑스의 30년 된 정밀가공 기업, 일본의 50년 된 전자부품 기업, 칠레의 5년 된 라스트마일 물류 기업. 업력도, 산업도, 규모도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서치펀드는 더 이상 미국 MBA 졸업생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호주, 프랑스, 일본, 칠레 등 각기 다른 법률 체계, 금융 환경, 기업 문화 속에서 서치펀드 인수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네 건은 올해 4 - 5월 사이 발표된 거래일 뿐, 기간을 2025년까지만 넓혀도 전 세계에서 수십 건의 서치펀드 딜이 진행되고 인수에 성공한 바 있습니다. 현재 서치펀드가 활동하고 있는 국가는 30개국이 넘습니다.
둘째, 각 지역과 국가마다 그 나라의 주력 산업에 맞는 딜이 이루어집니다. 미국에서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기업 인수가 주류이지만, 미국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정밀 제조, 일본에서는 전자부품 같은 전통 제조 기업의 인수가 오히려 일반적이고, 칠레에서는 라스트마일 물류 기업도 서치펀드의 대상이 됩니다. 밋업에서도 공유했듯이, 인수창업은 ‘기업가 정신’에 기반한 창업 모델의 일부입니다. 해외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는 모델이 아니라, 각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모델인 것이죠.
셋째, 구조와 전략도 모두 다릅니다. 호주에서는 개인 서처가 투자자를 모아 전통적 서치펀드를 구성했고, 프랑스에서는 두 명의 파트너가 셀프 펀딩으로 바이앤빌드를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전문 서치펀드 운용사가 등장하여 하나의 펀드에서 복수의 인수를 연속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목할 점은 선진국의 대형 은행들이 이런 딜에 인수 금융을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주의 National Australia Bank, 프랑스의 Société Générale 등, 서치펀드가 더 이상 비주류 거래가 아니라 은행이 신뢰하는 금융 구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도 안 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 밋업에서 공유했듯 이미 의미 있는 도전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바퀴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밋업 후기 및 다음 행사 안내
지난 5월 13일, 첫 인수창업-서치펀드 밋업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평일 저녁임에도 시간을 내어 참석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인수창업과 서치펀드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던 자리였습니다.
밋업에서도 공유했듯, 저희가 풀고자 하는 건 한국 인수창업-서치펀드 분야의 Cold Start Problem입니다. 사례가 없으니 이해가 어렵고, 가능성보다 리스크가 먼저 부각되는 게 현실이죠. 하지만 오늘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인수창업과 서치펀드는 30개국이 넘는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벤처와 스타트업처럼 실리콘밸리와 같은 특정 지역에서만 작동하는 모델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밋업 참가자 분들의 60%가 사전 등록을 통해 일반 공개 전에 등록을 완료하였습니다. 다음 행사 알림 사전 안내를 희망하신다면 아래 폼을 통해 알려주세요.
👉 향후 밋업, 이벤트 등 행사 알림 받기
기업을 인수해서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이라도 해보셨다면 함께 고민을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 CapitalEDGE의 새로운 섹션을 소개합니다: Acquired
CapitalEDGE 뉴스레터에 Acquired 섹션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Acquired는 ‘기업을 인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주제를 바탕으로 전 세계 서치펀드와 인수창업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사례들을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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