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italEDGE Acquired — 기업을 인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서치펀드, 인수창업, 마이크로PE, 많이 들어는 봤는데 한국에서도 과연 가능할까요? CapitalEDGE Acquired와 함께 그 답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CapitalEDGE 입니다.
오늘은 조금 낯선 이야기를 가져왔습니다.
쿠날 파스리자 (Kunal Pasrija). 30대 중반. 우버, 링크드인, 애플 등 빅테크에서 커리어를 쌓던 프로덕트 전문가가 어느날 건실한 사업체의 CEO가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창업한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이 이미 만들어놓은, 잘 운영되고 있던 로컬 회사를 인수해서 경영자가 된 겁니다.
“이게 가능한가?”
이게 바로 서치펀드(Search Fund)라는 모델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쿠날은 2년간의 노력 끝에 2026년 2월 실제로 기업 인수에 성공했습니다.
빅테크에 다녀보고 내린 결론 “사업체를 인수하자”
쿠날의 이력은 준수합니다. 댈러스에 위치한 Cox SMU에서 금융학 학사, 노스웨스턴 켈로그에서 MBA. 투자은행 RBC Capital Markets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후 우버에서 우버이츠 글로벌 런칭을 이끌며 사업 운영 전략을 익혔습니다. 이후 애플 프로덕트 매니저, 링크드인 전략기획, 야후 M&A 팀까지, 투자 은행과 실리콘밸리 빅테크를 두루 거친 인물이죠.
하지만 쿠날이 진짜 하고 싶었던 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회사를 인수하여 ‘운영’하는 것.
롤모델은 가까이 있었습니다. 아버지 아룬 파스리자(Arun Pasrija)가 직원 350명 규모 기업의 CEO였죠.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사업을 키워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자란 Kunal은 “나도 언젠가 기업을 경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미 빅테크 시스템을 경험한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회사를 만드는 것’보다 ‘이미 검증된 사업을 인수해서 더 키우는 것’에 끌렸어요.
2024년 7월, 쿠날은 안정적인 야후 M&A 팀을 떠나 회사 인수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 위크데일 캐피탈(Wickdale Capital)이라는 서치펀드를 설립하게 됩니다.
Wickdale Capital: “딱 하나의 회사만 인수합니다”
쿠날이 세운 위크데일 캐피탈의 철학은 명확합니다. 사모펀드처럼 여러 회사를 사고팔지 않겠다는 것. 단 하나의 좋은 B2B 기업을 찾아서, 장기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입니다.
인수 타겟 기준도 구체적이었어요.
연 매출 $5M(약 70억 원) 이상
EBITDA 마진 15% 이상
B2B 고객 기반, 반복 매출(Recurring Revenue) 구조
소프트웨어 또는 서비스 기반 사업
위크데일의 인수 기업 물색 과정을 지원하는 투자자 라인업도 인상적입니다. 서치펀드의 전설로 불리는 아슈리온(Asurion)의 케빈 타윌(Kevin Taweel)을 시작으로, Miramar Equity, Search Fund Partners, Red Forest Capital 등 서치펀드 전문 투자사들과 전직 CEO 출신 엔젤 투자자 10명 이상이 쿠날의 펀드 투자자로 참여하였습니다.
쿠날은 기존 오너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PE처럼 구조조정하지 않겠습니다. 회사 이름, 문화, 직원을 보존하면서 성장시키겠습니다.
이게 전통적인 PE 바이아웃과 서치펀드의 가장 큰 차이점이에요. 서처는 ‘투자자’가 아니라 ‘승계 경영자’에 가까운 이유입니다.
2년간의 서치, “스타트업 500억 펀딩보다 SBA 인수금융 50억 원이 더 어렵다”
여기서부터가 서치펀드의 현실입니다. 서치펀드를 설립하고 투자자를 모으는 것까지는 ‘시작’에 불과하죠. 본격적인 도전은 인수 대상을 찾고, 딜을 성사시키는 과정입니다.
서처의 일상은 기업 소싱과 콜드 아웃리치의 반복입니다. 수천 건의 전화와 이메일, 수백 개 기업의 재무제표 분석,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거절을 당하는 과정, 이걸 1 - 2년간 풀타임으로 합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유저 그로쓰를 고민하던 사람이, 매일 중소기업 오너에게 “회사를 팔 생각이 있으세요?”라고 묻는 생활로 바뀌는 것입니다.
쿠날은 SNS를 통해 이 과정의 고충을 솔직하게 공유한 적이 있습니다. SBA(미국 중소기업청) 대출을 통한 기업 인수 과정에 대해 이렇게 썼죠.
이전 스타트업에서 벤처캐피탈을 통해 500억 원($40M) 이상 펀딩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기업 인수를 위한 30억 원 ($2.5M) SBA 대출이 훨씬 더 어려웠습니다. 벤처캐피탈은 텀싯에서 클로징까지 30일이면 끝나요. SBA 대출로 기업을 인수하려면 시작부터 끝까지 3개월 안에 끝내기도 어렵습니다. SBA와 은행은 벤처캐피탈 투자자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실사와 서류를 요구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덧붙입니다.
그래도 다시 선택하더라도 벤처캐피탈 펀딩보다는 SBA 대출로 수익성 있는 기업을 인수하겠습니다. 벤처 자금을 받으면 투자자에게 의존하며 런웨이를 쫓아야 하고, 스타트업의 99%는 흑자를 내지 못합니다. 인수창업은 이미 현금을 만들어내는 사업에 들어가는 것이고, 창업가의 운명을 직접 결정하는 주도적인 여정입니다.
쿠날의 경험에는 바로 서치펀드와 인수창업의 핵심 매력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리스크와 고생은 상상 이상이지만, 성공하면 Day 1부터 현금흐름이 있는 기업의 경영자가 된다는 것이죠.
Investor Machine, 2년의 노력 끝에 낙점한 회사
약 2년간의 서치 끝에 쿠날이 최종적으로 인수한 회사는 Investor Machine이었습니다.
Investor Machine은 미국 부동산 투자자를 위한 데이터 기반 다이렉트 메일 마케팅 플랫폼입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부동산 투자자가 “이 동네에서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은 집주인”을 데이터로 특정하고, 그 집주인에게 맞춤형 우편물을 보내 매물을 확보하는 서비스이죠. 데이터 분석, 리스트 생성, 우편물 디자인·발송, 성과 추적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합니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미국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다이렉트 메일은 가장 검증된 잠재 매물 발굴 채널 중 하나입니다. Investor Machine의 공동창업자 마이크 햄브라이트(Mike Hambright)와 제이슨 루이스(Jason Lewis)는 본인들이 직접 부동산 투자를 하면서 이 시스템을 만들었죠. 2년간 자체적으로 써보고 검증한 뒤 외부에 오픈했고, 미국 전역에 회원을 두고 있습니다.
직원 60명 이상. 엔지니어링, 데이터 분석, 마케팅, 계정관리,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 팀까지 갖춘 풀서비스 조직.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결합한 B2B 하이브리드 모델. 쿠날이 위크데일 설립 시 정한 인수 기준에 정확히 부합하는 회사였습니다.
인수, CEO 취임, 그리고 “새로운 경영 전략”
2026년 초, 쿠날은 딜 클로징을 완료하고 Investor Machine의 새로운 CEO로 취임했습니다.
인수 후의 전환이 매끄러웠던 건 우연이 아닙니다. 공동창업자였던 마이크는 전략적 파트너십 분야의 어드바이저로, 제이슨은 제품·데이터 혁신 어드바이저로 각각 역할을 전환했죠. 기존 COO 브렌트 스트라이트는 여전히 회사 내부 운영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즉, 기존 리더십을 통째로 갈아치운 게 아니라, 새로운 CEO가 기존 경영진의 역량 위에 올라탄 구조입니다.
Investor Machine 공식 사이트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2026년, 우리는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를 한 단계 더 가속화하기 위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새로운 전략적 투자 파트너가 합류했고, 우버에서의 풍부한 운영 경험을 지닌 쿠날 파스리자가 CEO로 취임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분명합니다 — Investor Machine을 최고의 자리로 올려놓는 것입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회원이 우리의 존재 이유이며, 그것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 오너가 PE가 아닌 서치펀드에게 회사를 넘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내가 만든 회사의 이름, 문화, 직원이 보존될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위크데일 웹사이트에도 이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나 있습니다. 사모펀드는 재무적 성과를 위해 운영 효율화를 기본으로 가져가고, 대기업과 같은 전략적 인수자는 리브랜딩과 통합이 일반적입니다. 서치펀드는 다릅니다. 하나의 회사에 올인하는 서처가 기존 레거시의 ‘후계 경영자’로 들어가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번 딜이 흥미로운 이유
이 케이스에는 서치펀드의 교과서적 요소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서처와 인수 기업의 궁합. 쿠날의 우버 시절 경험인 글로벌 스케일링, 데이터 기반 사기 방지 시스템 구축 경험이 Investor Machine의 데이터 기반 마케팅 플랫폼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또한 야후 M&A팀에서의 인수합병 실무, 어질리티 리커버리(Agility Recovery)에서의 CEO 직속 전략 프로젝트 경험이 ‘첫 CEO’로서의 간극을 메워주죠.
인수 기준의 일관성. 위크데일은 설립 때부터 “B2B, 반복매출, 연매출 $5M+, EBITDA 15%+”라는 기준을 세웠고, 2년간의 서치는 이 기준에 맞는 회사를 찾는 데 집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기준을 바꿔가며 방황한 시간이 아니었던 것이죠.
레거시 보존형 전환. 창업자들이 갑자기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CEO → 어드바이저로 역할을 전환하며 제품과 파트너십의 연속성을 유지했죠. 이게 서치펀드와 일반 사모펀드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Key Takeaways: 예비 서처를 위한 시사점
“내가 왜 이 회사를 운영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먼저입니다. 쿠날은 화려한 이력만으로 서치펀드에 뛰어든 게 아닙니다. 이민자 창업가 아버지의 경영을 보며 자란 어린시절의 체험, 10대 시절 직접 돈을 벌어본 경험, 우버에서의 오퍼레이션 역량, M&A 실무까지, ‘나는 기업을 운영할 수 있고, 운영하고 싶다’는 확신이 커리어 전체에 걸쳐 쌓여 있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확신의 깊이를 봅니다.
인수 기준은 서치 시작 전에 정해야 합니다. 2년간의 서치는 길고 고된 과정입니다. 기준이 흔들리면 시간만 낭비합니다. 위크데일은 처음부터 산업(B2B), 매출 규모($5M+), 수익성(EBITDA 15%+), 비즈니스 모델(소프트웨어/서비스)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나고 자란 댈러스 텍사스 지역을 핵심 거점으로 좁혔습니다.
레거시 보존은 마케팅이 아니라 딜메이킹 전략입니다. 중소기업 오너가 회사 매각을 고려할때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내 피, 땀, 노력이 사라지지 않을까”입니다. 회사 이름, 문화, 직원을 보존하겠다는 약속이 사모펀드나 전략적 인수자 대비 서치펀드의 가장 강력한 차별점이죠. 오너가 인수창업가를 선택하는 이유는 가격이 아니라 이 신뢰입니다.
마치며: 직접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서치펀드는 ‘창업의 대안’이 아닙니다. 기업 경영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또 하나의 경로입니다. 쿠날처럼 빅테크 출신일 수도 있고, 컨설팅·금융 출신일 수도 있고, 중소기업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사람일 수도 있어요. 중요한 건 “좋은 기업을 찾아서, 내 손으로 더 크게 키우겠다”는 의지와 준비입니다.
CapitalEDGE는 한국의 서치펀드와 인수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합니다.
오는 5월, 서치펀드와 인수창업에 관심 있는 분들을 위한 첫 오프라인 밋업이 열립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 실제로 인수를 검토 중인 사람들, 이 생태계에 투자자로 참여하고 싶은 분들이 모여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입니다.
또한, 국내 최초 인수창업-서치펀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한 인수창업-서치펀드, 시작부터 투자자 모집, 인수 대상 탐색, 딜 클로징, 인수 후 경영까지, 전 과정을 함께 걸어가는 프로그램입니다.
👉 향후 밋업, 이벤트 등 행사 알림 받기
기업을 인수해서 직접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 한 번이라도 해보셨다면 알려주세요. 어떤 배경이든, 어떤 단계든 환영합니다.
📢 CapitalEDGE의 새로운 섹션을 소개합니다: Acquired
CapitalEDGE 뉴스레터에 Acquired 섹션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Acquired는 ‘기업을 인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란 주제를 바탕으로 전 세계 서치펀드와 인수창업과 관련한 가장 최근의 사례들을 다루는 시리즈입니다.
이번 첫 번째 에피소드부터 모든 구독자분께 발송해 드립니다. 앞으로도 Acquired는 매주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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