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초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무대에 오른 마벨(Marvell)의 수장 매트 머피(Matt Murphy) CEO는 청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부터 꺼냈습니다. AI 인프라의 병목이 어떻게 움직여 왔는가. 처음에는 연산이었습니다. 그 병목이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만들었죠. 다음은 메모리였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RAM의 슈퍼사이클이 등장했고, 삼전닉스와 마이크론의 역대급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머피는 세 번째를 지목했습니다. 연결, 인터커넥트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컴퓨팅 성능이 좋아지는 속도가 그 컴퓨팅들을 서로 잇는 네트워크가 좋아지는 속도를 앞질러 버렸기 때문입니다. 칩은 빨라졌는데, 칩과 칩 사이가 그 속도를 못 따라갑니다. 수만 개의 가속기가 데이터를 기다리며 놀고 있다면, GPU를 아무리 더 사들여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 한복판에 60년간 인터커넥트의 핵심이 된 소재 하나가 있습니다. 구리입니다. 컴퓨팅의 거의 모든 신호를 실어 나른 기본 배선재였죠. 그런데 AI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데이터 속도에서, 구리는 물리 법칙의 벽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은 일찌감치 제기되었습니다. 속도를 올릴수록 신호가 갈 수 있는 거리가 짧아집니다. 어느 지점을 넘으면 같은 랙 안에서조차 안정적인 연결을 만들지 못합니다. 더 빠른 모델, 더 큰 클러스터를 원할수록 문제는 보다 심각해집니다.
그래서 2026년, 구리를 대신할 기술들이 한꺼번에 경주마에 올라탄 원년이 되었습니다. 데이터를 빛으로 바꿔 보내는 실리콘 포토닉스(silicon photonics), 광 전환 단계를 건너뛰고 테라헤르츠(THz) 전파를 와이어에 직접 싣는 방식, 그리고 마이크로LED와 유리 기판까지. 2026년은 이 중 몇 가지가 로드맵 슬라이드에서 실제 출하 제품으로 넘어온 해입니다.
이번 프라이머가 던지려는 진짜 질문은 “어느 기술이 이기느냐”가 아닙니다. 엔비디아도, 브로드컴도, 마벨도 같은 스위치 제품군 안에 여러 방식을 동시에 실어 출하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회사들조차 여러 대안들을 테스트하고 있다는 뜻이죠. 그러니 우리가 봐야 할 것은 승자 한 명이 아니라, 이 전환이 누구의 매출로 흘러 들어가는가입니다.
병목이 옮겨가면, 자금도 옮겨갑니다. 이번 편은 그 자금들이 향하는 좌표를 그려보는 작업입니다.
왜 지금인가: 구리의 벽
구리가 데이터를 나르는 방식은 전선에 전압을 거는 것입니다. 이미 광범위하게 검증된 방식이지만, 주파수와 거리가 올라갈수록 신호가 비선형적으로 망가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매트 머피가 컴퓨텍스에서 제시한 숫자가 그 윤곽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구리는 레인(lane)당 100Gb/s에서 약 5m를 갑니다. 200Gb/s로 올리면 그 거리가 2.5m로 줄고, 400Gb/s에 도달하면 같은 랙 안에서조차 신뢰할 수 있는 연결을 만들지 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