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의 시선으로 다시 읽기
[편집자 주] 본 글은 2025년 7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최악의 위기론을 딛고 테슬라 칩 생산 수주 뉴스가 나온 직후 내부 검토용으로 작성했던 메모입니다. 당시 언론들은 하나같이 고객사 이탈과 적자 누적을 근거로 ‘삼성 파운드리 위기론’을 연일 대서특필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불과 8개월이 지난 2026년 3월 현재, 삼성 파운드리는 2025년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2026년 연간 영업이익 2조원을 목표로 하는 ‘상전벽해’ 수준의 반전을 이뤄냈습니다.
시장의 소음에 휩쓸리지 않고, 산업의 구조적 패턴과 역사적 선례를 통해 어떻게 이러한 반전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지 시간을 다시 8개월 전으로 돌려보고자 합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위기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3나노 GAA 공정의 수율 부진, 퀄컴과 구글의 이탈, 2025년 상반기에만 35억 달러를 넘긴 적자. 업계의 시선은 냉혹하고, “TSMC 독주 체제”라는 내러티브는 갈수록 굳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이 서사, 삼성에게는 그다지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오징어게임의 성기훈처럼 삼성은 이미 이 게임을 한 번 해봤기 때문입니다.
2025년 7월, 테슬라가 삼성과 8년간 165억 달러 규모의 AI 칩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Taylor) 팹에서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AI 칩을 생산하겠다는 내용이죠. 수율 문제로 고객사가 줄줄이 떠나는 와중에 이 규모의 장기 계약이 성사된 것 자체가 시장에는 상당한 서프라이즈였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역사에서 이와 동일한 각본이 한 번 실현된 적이 있습니다. 2007년, 기술적으로 열세였던 삼성 파운드리에 전략적 베팅을 걸어 결과적으로 글로벌 2위 파운드리로 이끌어낸 고객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애플입니다.
테슬라와 삼성의 파트너십을 이해하려면, 먼저 18년 전 애플이 왜, 어떻게 삼성을 선택했는지부터 짚어봐야 합니다. 놀라울 정도로 닮은 두 거래의 구조와 맥락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아무도 관심이 없던 삼성 파운드리
지금이야 삼성 파운드리가 TSMC에 이은 업계 2위로 자리매김했지만, 2000년대 후반의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2005년에서 2009년 사이 삼성의 위탁생산 매출은 한 해 4억 달러를 넘긴 적이 없었습니다. 같은 시기 TSMC의 매출이 100억 달러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사실상 존재감이 없던 셈입니다. 대만의 UMC, 그리고 갓 출범한 글로벌파운드리가 오히려 삼성보다 점유율이 높았죠.
이 상황에서 애플은 아이폰 첫 커스텀 실리콘의 생산을 삼성에 맡겼습니다. 오리지널 아이폰의 S5L8900 시스템온칩(SoC)은 삼성 LSI 사업부가 애플의 사양에 맞춰 설계하고, 삼성의 90나노미터 공정에서 제조되었습니다. 당시 TSMC는 이미 65나노 공정을 양산하고 있었고, 집적도와 전력 효율 모두에서 한 세대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업계 관점에서 보면 명백히 비합리적인 선택이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