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상장 금지는 제2의 타다 사태가 될까
2015년, 한국의 한 스타트업이 혁신적인 승차공유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이용자들은 열광했고, 투자자들은 몰렸으며,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습니다. 그로부터 4년 뒤, 국회는 해당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택시업계의 반발, 여론의 압박, 그리고 다가오는 선거. 기술이 옳고 그름이 아니라, 표가 정책을 결정했습니다. 타다는 사라졌고, 그 공백은 결국 우버와 같은 외국계 플랫폼들이 채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당시 타다 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국회의원은 지금 장관 후보자에 올랐습니다.
2026년 3월 18일, 대통령 주재 청와대 자본시장 간담회. 이번에는 자본시장이 무대였습니다. 대기업집단 계열사 신규 상장 원칙적 금지, 모회사 지분 30% 이상 비상장 자회사 전면 상장 제한. 자산 5조 원 이상 92개 대기업집단 산하 비상장 계열사 2,930개가 사실상 한 번에 규제 대상에 들어왔습니다. 시장은 즉각 술렁였습니다. 프리IPO 투자 비중이 높은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엑시트 전략을 처음부터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처했고, 상장을 준비하던 대기업 계열사들은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논리는 단순했습니다.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이 미국의 50배가 넘는다. 따라서 중복상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다. 따라서 금지하면 디스카운트가 해소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나팔을 불었고, 정치 유튜버들이 받아 증폭시켰으며, 정책은 그 흐름을 탔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분노는 실재했고, 그 분노는 정당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노가 정당하다는 것이 진단이 정확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한국 자본시장에는 이런 패턴이 반복됩니다. 시장의 불만이 축적되고 갑자기 금지라는 처방이 내려집니다. 아무도 그 처방의 부작용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타다 이후 시민의 이동권이 나아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도 없는데 이제는 왜 타다가 금지되었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번에는 다를까요. 아니면 우량 자산들이 해외 자본시장으로 향하는 흐름만 가속화될까요. 그 질문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처음부터 틀린 가정
선진국 자본시장에서 자회사 상장, 카브아웃 IPO(carve-out IPO), 스핀오프(spin-off)는 매우 일상적인 자본시장 이벤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