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의 감흥을 잃다
주말 사이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X 피드를 한참 살펴보았습니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피디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하메네이 사망부터 테헤란 폭격, 걸프 전역으로 확산되는 보복 공격까지 주말 내내 뉴스가 끊이지 않았죠.
다른 하나는 역시 AI였습니다. 하나같이 Breaking으로 시작하는 포스트들, 클로드를 써서 SEO를 대체한다는 이야기, 헤지펀드 수준의 리서치를 생성한다는 이야기, 오픈클로(OpenClaw)를 맥미니에 올려 24시간 에이전트를 돌린다는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피드를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될때 하나씩 테스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혹하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피드에서 허우적대다 보면 한편으로는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냉소가 점점 자가발전하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요즘은 와이콤비네이터 배치 기업들을 살펴보아도 'so what'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데모데이에 발표하고, LAUNCH 포스트를 작성하고, 프로덕트헌트에 올려 업보트를 받고, 그걸 트랙션이라 부르던 시절의 활동 자체가 옛날이야기처럼 들리는 시점입니다.
요즘은 다들 한 달 만에 매출 몇 억을 달성했다고 자랑하며 X에 올리는데, 그러지 않는 기업을 굳이 초기 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들여다보는 것 자체에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전히 초기 기업들에 열심히 투자하는 신디케이트들을 봐도 비슷한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감흥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기업들을 어떤 관(觀)을 가지고 봐야 하는지가 정립되기 어려운 시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오랜만에 공유하는 시드 단계 YC 출신 스타트업의 피치덱을 봐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팔로우하고 있는 신디케이트를 통해 알게 된 기업으로, 몇 달 전에도 관련 내용을 봤었는데 아직도 $3M 펀딩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키워드가 무엇인지는 알겠습니다 — 워크플로우 자동화, AI 에이전트, CompanyOS — 하지만 정확히 무엇을 하는 기업인지, 그리고 외부 자금을 조달해 도전할만한 일을 하는 기업인지도 사실 판단이 서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한 번 독자분들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게 단지 개인적인 고민인 것인지, 아니면 요즘 초기 스타트업 투자가 그만큼 와일드와일드웨스트가 되어버린 것인지 고민이 많아진 3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