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과 오라클의 원픽, 크루소에너지
AI 순환 거래, 버블론을 촉발시킨 문제의 구조입니다. 살 사람은 돈이 없고 팔 사람은 데이터센터도 없는데 거래부터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이죠.
하지만 적어도 올해 초 오픈AI, 오라클, 그리고 소프트뱅크가 손잡고 발표한 스타게이트의 1단계 프로젝트인 에블린 (Abilene)에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합작 법인인 Stargate LLC에는 1차 투자금 $100Bn이 들어와 있고 참여 기업인 오픈AI, 오라클, 소프트뱅크, MGX 모두 자금을 투입하였습니다. $500Bn까지 자금이 계획대로 모일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현재까지 발표된 프로젝트는 순항하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이 1.2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에블린’을 누가 실제로 짓고 있을까요?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오라클은, 놀랍게도 이 거대한 현장의 마스터 컨트랙터로 스타트업 크루소(Crusoe)를 선정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소위 “AI 시대의 도급 1순위”를 빅5 시공 경험도, 글로벌 하이퍼스케일 인프라 레퍼런스도 없었던 크루소가 차지한 것입니다.
답은 간단했습니다. 크루소만이 실제로 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플레어 가스를 활용한 친환경 비트코인 채굴업체로 출발해, 2024년 이후 AI 인프라에 ‘올인’한 이 회사는, 텍사스에서 이미 100MW 단위의 AI 데이터센터를 자체 시공하고 운영하며, 전력 조달부터 클라우드 IaaS까지 풀스택 통합 역량을 입증해온 거의 유일한 기업이었습니다. 오라클은 파일럿 테스트에서 크루소가 제공한 전력 비용, 온사이트 배치 속도, 서버 가동률 등에 높은 점수를 줬고, 그 결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핵심 현장인 에블린 캠퍼스에 총괄 시공사(Master Infra Builder)로 발탁된 것입니다.
그리고 크루소는 10월 24일 무려 $1.375Bn 규모의 시리즈 E 라운드를 발표하였습니다. 리드 투자자로는 기존 주주였던 무바달라 캐피탈(Mubadala Capital)과 밸로에쿼티(Valor Equity)가 참여했고, 엔비디아, 파운더스펀드, 피델리티 등 내로라하는 투자자들이 줄을 섰습니다.
투자금은 고스란히 기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Crusoe Cloud 확장에 투입될 예정이며, 크루소는 이제 더 이상 신생 스타트업이 아닌, AI 시대의 인프라 조달자를 자처하는 ‘하이퍼스케일 에너지-컴퓨팅 오케스트레이터’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죠.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크루소가 이 판에서 어떻게 살아남았고, 어떻게 35페이지의 피치덱으로 투자자들 무려 1.8조 원 자금조달이 가능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분석합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회사’가 아니라, 실제로 짓고, 운영하고, 수익을 내는 회사는 피치덱을 어떻게 시작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