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자율주행차를 부를 수 있는 도시, 피닉스
지난주 업무차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Phoenix)를 방문하면서, 이 도시가 왜 미국 제조업 부활의 상징이라 불리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TSMC와 인텔 등이 앞다투어 대규모 공장을 짓는 지역답게, 텍사스보다는 캘리포니아와 더욱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과 시장 친화적인 규제 환경으로 주목받는 곳이죠.
공항에 내려 우버를 타려고 이동하던 중 생소한 글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버나 리프트 안내 표지판 옆에 당당히 자리 잡은 구글의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 웨이모의 이름이었죠.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은 현재 미국에서 유일하게 공항 터미널까지 로보택시를 부를 수 있는 곳입니다. 샌프란시스코나 산호세 국제 공항이 아직까지 안전 이슈를 이유로 운행 허가를 보류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죠.
이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웨이모를 여러번 이용해 보았지만 공항에서 부르는 자율주행차는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늘 그렇듯이 운전석에 사람은 없지만 일정한 주행감에서 오는 안락함, 그리고 처음 보는 기사와 어색하게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다는 점이 해방감으로 다가옵니다.
게다가 요금도 우버보다 약 30% 저렴합니다. 실제로 벤치마크 사례에 따르면 피닉스 공항에서 시내 호텔까지 20분간 웨이모를 탄 요금은 약 16달러로, 같은 구간을 우버X로 탔을 때 가격인 19달러보다 싼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현재 차량 운용 대수가 많지 않아 호출 후 약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는 점인데요. 하지만 차량 대수가 늘어 배차 간격이 5분 이내로만 단축된다면, 사람이 운전하는 우버와 리프트는 1년 안에 자취를 감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앞으로 “1인 1 GPU”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개인이 월 $200 하는 챗GPT를 수십년 써도 대 당 4천만 원짜리 GPU의 투자 회수는 몇십 년이 걸린다며”며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죠. 현재 AI 산업에 투입되는 자금이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다는, 이른바 AI 버블론의 핵심 논리이기도 합니다.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GPU 가격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내려올 것이고, 사람들은 본인의 월급 중 점점 더 많은 부분을 AI 서비스 이용에 할애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만약 “내 개인용 GPU”가 나만의 AI 에이전트를 굴리고, 집안 로봇을 조종하고, 내 자율주행 차량까지 운전해주는 세상이 온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지금의 AI 버블을 우려하는 시각이 간과하고 있는 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현재는 존재하지 않지만 머지않아 수십조 원 규모로 성장할, 젠슨 황이 언급한 이른바 ‘제로 빌리언 달러(Zero Billion Dollar)’ 시장의 잠재력입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에서는 최근 핫한 토픽이 된 AI 버블론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물론 시장이 조정을 받을 수도 있고 조만간 폭락할 수도 있습니다. 과잉 투자도 일정 부분 피할 수 없겠죠. 하지만 핵심은? 이런 우려가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 바로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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