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M 라운드의 등장
벤처 투자 라운드에 알파벳을 붙이는 것은 일종의 관행입니다. 어디에도 시리즈를 알파벳으로 붙이라고 요구하지 않죠. 시드나 프리시드, 프리시리즈A와 같은 용어들도 모두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용어들입니다. 때문에 명확한 정의나 법칙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략적인 컨센서스가 있을 뿐이죠.
과거에는 꾸준히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더라도 시리즈 A, B, C. 보통 D나 E쯤 가면 슬슬 상장 얘기가 나오고, F를 넘기는 회사는 흔치 않았습니다. 라운드를 2년에 한 번씩 교과서적으로 진행한다고 가정하면 시리즈 F까지 하더라도 설립 후 10년은 넘는 시간이 예상됩니다. 그전에 고꾸라지거나 인수되거나 상장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죠.
그런데 지난 7월 16일 데이터브릭스(Databricks)가 사인한 텀싯의 이름은 시리즈 M이었습니다. A부터 세면 열세 번째 알파벳입니다. 기존 투자자인 코투(Coatue)가 리드하는 이번 라운드는 약 $3Bn 규모, 기업가치는 $188Bn 입니다. 불과 5개월 전인 2월 시리즈 L에서 인정받은 $134Bn 대비 40% 오른 값이고,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기업가치가 88% 뛴 셈입니다.
여기서 재밌는 건 M이라는 알파벳 그 자체입니다. 비상장 상태로 이렇게까지 라운드를 정직하게 쌓아 올린 회사는 손에 꼽습니다. 가장 유명한 사례가 스페이스X인데 회사는 시리즈 J 언저리에서 레터링을 멈췄고, 그 뒤로는 특별한 레터링 없이 조달을 이어오다가 지난 6월 드디어 $1.8Tn에 상장에 성공하며 비상장 딱지를 뗐습니다. 그러니 지금 시점에 알파벳을 M까지 정직하게 밟아 온 대형 스타트업은 데이터브릭스가 유일합니다. 오늘은 이 회사가 왜 상장을 미루면서까지 알파벳을 쌓는지, 데이터브릭스란 기업과 시리즈 M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이름은 익숙한데 정확히 뭘 하는 회사인지는 의외로 모호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브릭스는 2013년 UC버클리 연구자 일곱 명이 아파치 스파크(Apache Spark)를 상용화하려고 세운 회사입니다. 핵심은 ‘레이크하우스(Lakehouse)’라는 아키텍처인데, 이름 그대로 데이터 레이크와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한 지붕 아래 합친 개념이죠. 흩어진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저장하고, 분석하고, 그 위에서 AI를 돌리는 통합 플랫폼입니다. 전 세계 2만 개가 넘는 기업이 쓰고, 포춘 500의 60% 이상이 고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