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ound Is Shifting Below Our Feet
영화 〈마진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케빈 스페이시가 서브프라임 자산 매각을 개시하기 직전,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아침 조회를 진행하는 순간입니다. 스스로 동의하기 어려운 거래를 수행해야 하는 입장, 감시자들과 젊은 윗사람들이 노려보는 가운데 핵심만 전달하는 그의 모습. 로봇처럼 기계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거래가 끝나면 해고될 트레이더들의 사기까지 북돋우는 마지막 멘트까지. 기분이 태도가 되곤 했던 사회 초년생 시절의 어리석음을 반성하게 만드는,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명장면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AI 뉴스보다 더 관심이 가는 건, AI로 인해 또는 AI로 가속화되는 사회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함의가 무엇인지입니다. 이런 사회생태학적 분석은 의외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포와 낙관의 양극단을 달리는 무의미한 콘텐츠만 난무하죠. 데이터와 콘텐츠는 넘쳐나는데 정보와 인사이트는 더욱 메말라가는 시대입니다.
개인적으로 매 분기 미국의 핀테크 전문 펀드와 함께 마켓 스터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LP들에게 시장을 앞서가는 인사이트를 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누가 뭘 했다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컨트래리안의 시각으로 매크로 관점에서 시장 시그널을 읽어내려는 노력이죠.
오늘 뉴스레터에서는 지난달 작성했던 2025년 4분기 메모의 일부분을 공개하고자 합니다. 한국에서 주식시장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던 시기,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에서는 핀테크의 헤게모니가 ‘Growth’에서 ‘Liquidity’로 옮겨가고 있다는 명확한 시그널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미국 중산층의 붕괴는 이제 데이터로 확인되는 사안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나서서 신용카드 이율 상한제를 주장할 정도로, 가계 부채 이슈는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에 기댄 핀테크 기업들은 속속 사업의 대전제를 재검토하고 나섰습니다.


